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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한국 미용의료 시장의 역사와 현재 수익구조

의사 · i*********

0.

일본은 애들 보는 애니메이션에도 교육적인 부분이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면

초반에는 다이몬이 지진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지진이 일어날 곳을 미리 알려주고 경고하는 역할이었다는 것.

물론 조금만 눈치가 있어도 처음부터 짐작하기는 하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돈하는 오류"

이걸 하지 말라는 거다. 

너무 기초적이면서도 많이 범하는 오류. 

논리 수준이 낮을 수록 많이 범하는 오류다. 

매번 걔가 거기 있었으니까 걔가 원흉인게 아니라고. 

1.

무슨 말이냐면 미용은 오래된 저수가의 결과물이다. 

처음부터 미용이라는게 생기니까 의사들이 와~하고 달려간게 아니고

초반에는 주로 GS 쌤들이 고용 불안에, 자기가 일하던 병원에서 짤리고, 먹고 살려고 빠져들어가던 곳이다. 

의사가 고용 불안? 웃기게 생각하겠지. 근로기준법 보호 받는 사람들은 모른다. 

2.GS

사례 중 하나가, 

막 결혼한 GS의사가 본인 지역에는 자리가 없어 타지역 준종합에 취직이 되서 그 지역으로 신혼집도 구해서 이사도 하고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근무한지 1년이 안되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2명인 과장을 유지 못하겠다고 1.5명 로딩을 한 명을 시키고 한 명을 짜른거야. 

짤린 사람은 갈 데가 없고 1.5배로 환자 보던 사람은 버티다가 도저히 못하겠다 된거지. 

짤린 사람이 다시 다른 병원에 취직을 하려니 같은 일이 반복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는거지. 의사는 아직도 근로기준법 개나 주는 직업이고, 복지부 차관도 의사는 노동3권 같은거 없다고 했잖아. 나가라면 즉시 나가는 거였지 부당해고 소송 같은거 생각도 못하는 직업이잖아.

  가장에 먹여 살릴 식구도 있고, 집 계약기간도 1년 넘게 남았는데 짤리는 일이 벌어지면 어찌 해야 하냐? 그래서 이 사람은 수술을 배워서 개원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한 사람만의 독특한 케이스 일까? 아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게 결국 환자를 많이 봐도 적자가 나는 "수가" 때문이었지. 병원이 의사 인건비를 아껴야 했기 때문이고. 

그 시기에 처음에는 미용하는 의사는 좀 부끄러워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더 심하게 의사 취급을 안했거든.

그래서 그냥 먹고 살라고 개업 하는거지.. 정도의 자조적인 모습이었다. 

3.OBGY

그 다음 포괄수가제 시행과, 여자들이 굴욕3종이라는 단어를 만들고, 이야기 하며 남자 의사 기피하니 남자 산부인과 의사들은 설 자리가 없고, 여자 의사는 필요하니 남자는 같은 페이에 당직 몰빵이고 여자는 당직 빼주고 구인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  이건 여자 쌤들 욕하는게 아니고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거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수가가 높았으면 당직비도 많이 챙겨주고 했었겠지. 이런 분들이 와 이 분위기면 죽을 때까지 당직서고 살아야 겠네. 근데 그걸 버티기에는 페이도 높지 않고... 다른 길을 찾다보니 그때 보이는게 미용이었던거다.  그래서 산부인과 분들도 미용으로 많이 빠졌다. 지역 유명한 산부인과 병원 과장님도 그 병원 경영 안 좋아지면서 미용으로 빠졌지. 일 잘하던 사람이 돈 보고 미용으로 빠진 줄 아는데 대부분은 경영악화로 갈 곳이 없어 빠진 것.

솔직히 정신과 쌤도 초기에 들어온 분이 있었는데 "오... 정신과 쌤이??" 이런 분위기 였고 기본은 외과, 산부인과 였다. 그때만해도 소아과, 내과 쌤들은 보기 힘든 시절이었지. 

4.Ped.

 소아과는 부모들이 병원에 와서 갑질하고, 인터넷에 후기 한방으로 개원의 인생을 망쳐버릴 수 있게 되니까, 갑질은 더 심해지고, 안 좋은 후기 한방이면 병원은 진짜 폐업을 생각해야 하는 수준이 되었다. 아는 애기 엄마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붐비던 소아과 인데 어느 날 가보니 너무 조용해서 물어보니 맘 카페에 올라온 글 때문에 환자가 놀라울 정도고 갑자기 뚝 끊겼다고 한다." 그분 말로는 그렇게 좋은 선생님이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굉장한 진상에게 입바른 소리 한번 하셨겠지. 자기 듣기 싫은 말 하면 극딜하는 거 개원의들은 다 공감할꺼다. 수가가 맞고 맘충 갑질만 없었어도 계속하시지 않았을까. 그리고 맘카페는 진짜 폐해가 크다. 

5.Board

미용 GP는 대부분 전문의다. 미용이 좋아 보여서 수련 안하고 간 사람이기 보다 그 과가 먹고 살기 힘들고 불안하니까 나온 사람들이라는 거. 그리고 한번 쯤은 봉직의 시장에서 크게 데여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블랙병원, 해고 등등) 고용 유지를 위해 회식 때 원장님 딸랑이 하는 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 의사들은 계약서도 제대로 안썼고 거의 구두 계약이었는데, 처음 계약에 없던 당직을 갑자기 하라고 하는데 돈 더 안줬다. 원성이 생기자 8만원(14시간) 정도 주고 서라고 했는데 나가기 싫으면 그거 받고 서야했다. 

 그런 곳에서 버티다 나온 사람들이 미용이 있기 전에는 보드 떼버리고 감잡, 물치 라고 부르던 내과, 정형외과, 재활의 1차진료 부분을 보다가 지금은 미용을 할 뿐인거다. 전에는 개원에 실패했을 경우 개원 자금 수억을 날린 상황에서 재기를 위해서 어느 정도 페이는 보장되야 하니까 최소한의 보험으로 보드는 따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전공의 중퇴하고 나온 사람들은 다시 수련들어갈지 GP로 살지 고민하다 다시 들어간 경우도 많지. 그 경우 이유는 대부분 "보험은 있어야지" 였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도 전공과 페이는 별로 오르지도 않고, 수가는 물가 성장 대비 오히려 마이너스, 로딩은 오르고, 환자들 캐릭터는 더 힘들어지고.. 보험이라고 생각했던 전문의 자격증이 다시 쓸 일 없는 자격증이 되어 버린거다. 솔직히 의사단체 의견은 무시하고 협상 안되면 일방적으로 수가 정해서 통보한 부서(우리가 잘아는 그곳)에서 이 사태 제일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가격 통제하는 분야인데, 물가도 금리도 4-5%씩 오르는데 수가는 1-2%대 인상을 계속해서 누적 시켰으니 터질만하지.

6. 초기 미용 시장

 지금이야 시장이 커지고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레이저 뿅뿅 쏘고 쉽게 돈 버는 것 처럼 되었지만 

초기에는 레이저도 몇 개 없고, 비싸고, 제대로 연구되지도 않고, 시술법도 공유 되지 않았다. 지금은 안전하게 가는 추세지만 생각보다 부작용도 많다. 지금이야 유튜브 보고 일반인도 대충 어떤 시술인지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책 하나 없어서 인계장 같은 노트 적어논 거 보고 배우고 그랬지. 주말이면 머리가 희끗한 40-50대, 심지어 60대 노의사들까지 지방에서 서울까지 뭐 하나라도 배울게 있나 하고 미용학회에 참석했다. 그때는 피부과 전문의들도 일반 미용학회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아는 사람이 많이 없던 분야라는 말이다. 

외과 의사한테 Appe.가 아무리 쉬워도 제대로 책도 없고 영상도 없는데 메스 주면서 너 가서 수술 한번 해보고 와라. 하면 할 용자가 누가 있겠나. 초기엔 거의 그 수준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자료가 많고 논문도 많아서 공부하면 기본 수준은 갖추지만. 

레이저 뿅뿅 쏘고 쉽게 돈 버네 하는 사람은 "초밥 그거 밥 쥐어서 회 올리는 건데 뭐가 어려워요?" 하는 사람하고 같다. 그런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1인분에 20만원도 받아도 납득 가능한 초밥을 만들 수 있을테니 오마카세를 열어서 대성하자. 

여튼 초기 미용은 급여도 그리 좋지 않았다. 초봉은 600 정도에 명절, 공휴일에도 일하는 분위기 였다. 주 6일에 토요일 늦게 마치고 매일 야간 8시까지 하면서 연차도 연 3-4일 밖에 없었다. 시간이 1-2년 지나면서 800정도로 올랐지만 요양 당직보다 조금 더 받고 일은 몇 배로 많이 하니 딱히 편하거나 미래가 있는 분야는 아니었고 감히 전문의 페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언제든 짤릴수 있었고. 다만 개원하면 천 넘게 벌 수도 있으니까 요양 당직보다는 낫고, 전문의 페이에 육박할 수 있으니 희망을 가져보는 분야였다. 거기에 미용으로 빠지는 의사들이 많아지면서 시술 가격은 점점 떨어지고 경쟁은 많아지니 수 억을 들여서 개원을 하는 것도 리스크가 너무 커 보였다. 

7.기술의 발전과 인식의 변화

하지만 미용 분야가 살아나게 된 것은 인식의 변화도 크고 기술의 변화도 컸다. 

레이저도 점점 많아지고, 기술도 발전을 하게 되었는데 이건 이 시기에 세계적인 트렌드여서 한국도 덩달아 성장을 한 것이다. 시술 방법도 발전을 하다보니 미용 시장이 하나의 제대로 된 분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금은 망가진 에스테틱 포럼도 예전에는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었다. 

그 이전에 일반과 개원의 협의회 등에서는 서로 치료법도 공유하고 부작용 대처도 도와주고 하면서 발전하곤 했지. 

시술 실력도 발전해서 더 자연스럽게 시술이 되고 이뻐지는데 비용은 점점 싸지니 한때는 필러만 넣어도 성괴라고 부르던 분위기가 바뀌고, 사람들 인식이 바뀌게 되며 미용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 재투자가 일어나서 더 좋고 비싼 기계를 외국에서 들여오고, 자연스럽게 예뻐질 수 있는 시술법을 연구하고 하는 선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스타벅스가 처음부터 열기만 하면 사람들이 막 모이는 그런 곳이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이 들어간 결과물이지. 그게 맛이든 마케팅이든.

한국에서도 처음에는 밥 한끼 값을 커피로 ㅊ먹는다고 욕먹던 곳이고. 된장녀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했었다. 

그런데 경제 수준은 좋아지고, 미용 시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티비에서도 나 성형했다. 시술했다. 당당히 이야기 하는 사람이 숨기는 사람보다 쿨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자 일반인들도 나도? 하고 병원을 찾게 된다. 그리고 가격 경쟁으로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영향이 컸을 것이다. 

 이제는 누구도 스타벅스를 가는 걸로 욕하지 않는다. 이젠 뭔 대단한 일도 아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돈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으로 미용 관광 오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보톡스만 해도 태국이 한국보다 비싼데 한국은 싸고 잘하니까. 

8.의전원의 등장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의전원이 있던 시기였는데, 원래 의예과 시스템은 갓 졸업해서 멋도 모르는 애들을 정해진 대로 안하면 절대 안되는 것 처럼 길들여서 다이렉트로 전문의로 만들던 것이었다. 경주마 눈을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리게 한 거랑 비슷하다. 한 해라도 늦어지면 인생 낙오자가 되는 분위기 속에서 달렸던 것이다. 아직도 유급당하는 꿈 꾸면서 놀라서 깨는 분 계신가. 군필자의 말로는 군대 다시 가는 꿈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가 어느 정도 차고 사회 경험도 해본 사람들이 의대에 들어와보니 이게 뭐지?? 싶었던 것이다. 눈가리게 없이 세상을 겪어본 야생마들이 들어온 것이다. 

 이 사람들이 보기에 전공의 시절이 편한 것도 아니고, 급여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이미 사회를 겪어본 사람들의 눈에는 이게 매력적으로 보이지를 않는다는 거다. 내가 이럴려고 의대를 왔다고?? 싶은거지. 물론 의전원 선생님 중에도 전문의 밟고 하신 분도 많지만, 나는 저렇게는 못살겠는데...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내 친구 중에 의전원 입학한 한 명은 심지어 본과 공부 힘들다고 자퇴한 케이스도 있다. 

이 즈음에는 이미 비인기과 (현재 낙수과라고 불리는 ㅠ) 선생님들이 생활고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다 개척한 분야가 이제는 버젓이 하나의 분야로 커져있었던 것이다. 전공의 생활과 그 후의 비전을 미용과 비교해 보니 죽어라 5년을 투자하는 것보다 당장 돈을 벌기 시작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느낀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건 의전쌤들이나 GP로 나온 선생님들께 하는 비난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사람은 저마다 버티는 힘도 다르고,  자기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판단을 하는 존재니까.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이 책임이 크다. 생각보다 짧은 인생에서 이미 5-10년을 보낸 사람들은 여유가 그만큼 더 없는 것이다.

9.왜 똑똑한 사람만 의사를 해야해요??

 버티는 힘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사람들이 대부분 "왜 똑똑한 사람만 의사를 해야 하나. 인성을 보고 뽑으라." 하는데 의사를 상위권을 뽑는 건 똑똑해서가 아니다. 그 사람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제일 버티는 힘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기억하려면 뇌에 스트레스가 가해져야 한다. 근육에 부하를 가해줘야 근육이 늘어나듯이 머리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기억이라는 걸 하기 때문이다.  서킷이 만들어지고 발달하는 과정은 뇌에 스트레스를 주는 과정이다. 그걸 못 버티면 성적이 안 좋은거고 머리가 터질거 같아도 버티는 놈이 의대를 간거니까. 이런 사람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잘 버틴다. 정답이 있는 수학 문제도 어렵다고 포기하는 놈이 정답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잡고 답 나올때까지 버티겠나. 그걸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 의사고 그게 의사의 인성이다. 그 검증을 공부라는 수단으로 미리 한 것이다. 왜냐면 결국 머리로 스트레스 받는 직업이니까.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내 앞에 주어진 어려운 문제를 밤을 새서라서 포기하지 않고 풀어내고 말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공부를 그렇게 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의료 문제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혹은 나는 그렇게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안 나왔을 뿐이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은 마찬가지로 열심히 밤은 샜지만 환자를 살리는 결과는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런 경우가 한 건만 있어도 요즘 같은 경우에는 바로 범죄자가 되고 배상금도 천문학적이니 환자에게도 좋지 않고,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10.덤핑 네트워크의 등장

어쨌든 시장이 커지고,  레이저를 할 의사들도 점점 많아지고. 일할 사람이 많아지니 기존의 병원들이 확장을 하기 쉬워 진거다. 페이를 구해서 더 많이 돌려서 돈을 벌자. 이왕 돌리는거 쉬는 시간 없이 빡빡하게 돌려서 박리다매를 하자.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일을 많이 하니 돈을 많이 줘야하는게 당연하다. 미래가 불확실한 GP들은 고생해도 벌 수 있을 때 벌자 싶은 것도 있었을 것이고 (코로나 시절의 배달원과 비슷하다 하겠다.) 오너는 어쨌든 일을 크게 안하고 수익이 남으니 더 크게해서 규모를 키우는게 이득이 된다. 그렇게 우후죽순 덤핑 네트워크들이 생겨났다. 이건 단순히 의전원이 많아져서라기 보다는 커진 시장, 이미 자기 분야를 떠난 전문의들, 여기에 의전원 수요가 더 해진 것에 사업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의 박리다매식 경제 논리가 더해졌을 뿐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이런 질문이 많았다. 제모, 보톡스 등 단순 반복 작업이 많고 힘들어도 돈 많이 받는 네트워크가 좋을까요. 적당한 로딩에 적당한 페이에 1인 원장이 잘 가르쳐 주는 곳이 많을까요?

그런 고민을 하는 의사들을 네트워크는 급여 상승으로 끌어들인다. 이 정도 차이면 일단 가보는게 맞지. 하는 수준으로 급여를 올려버린 것이다. 초기 덤핑 네트워크들은 타 병원 대비 극악의 노동 강도를 자랑했는데 그러다 보니 급여는 둘째치고 힘들어서 오래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탈을 막고 새로운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급여는 더 올라갔다.

11.미용 시장의 포화 

 이런 미용 시장이 포화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100만원 하던 필러가 10만원 대로 떨어지고, 수십만원 하던 보톡스가 2-3만원대로 떨어졌다. 원가를 생각하면 수익은 몇 천원, 몇 만원 수준이어서 보험 진료보다 못한 수준이지만 수요가 많으니 유지를 하게 된다. 

많은 돈을 투자해서 키워놓은 네트워크 들은 다이소하고 비슷하다. 이렇게 해서 남는다고? 싶지만 오너는 자기 노동력을 갈아넣는 것이 아니므로 더 박리다매를 하면 된다. 본점은 확장해서 지점에서 돈을 받을 수록 수익이 커진다. 그러다 보니 의사 수요가 급증하고 페이도 올라가는데 단순히 의사 페이만 올라간 것이 아니라 관리사, 조무사, 상담실장의 페이도 급격히 올라갔다. 1인 의원들은 아무리 증가해도 한계가 있었지만 GP페이의 판도를 바꾼 것은 덤핑 네트워크 병원들이다. 하지만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다이소가 생겼다고 동네 문구점이나 구멍가게가 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 미용시장 규모 자체를 키우는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구멍가게 주인들이 장사를 접고 이마트 직원이 되는게 더 나은 세상이 온 것 처럼, 의사들도 자기 병원 운영보다 페이로 들어가는게 나은 경우도 많아졌다. 물론 대형 회전 초밥집이 있다고 해서 미슐랭 스시집이 망하지는 않는 것 처럼 자기만의 특기가 있는 경우 미용 시장 확대에 따른 이익을 본 경우도 있을 것이다. 회전 초밥집에서 싸게 초밥맛을 본 사람이 이제는 더 높은 퀄리티를 찾아서 비용을 더 지불하고 가는 것이다. 여기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레이저는 그냥 뿅뿅 쏘면 돈버는거 아니야?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어느 분야든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 하기 때문에 금새 리턴이 줄어들게 되는게 이치다.

12.비용과 인건비의 증가.

 그렇게 많아진 박리다매의 병원들은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 수가 적어지면 운영이 불가능하다. 환자를 더 많이 오게 하려면 더 싸게 해야 하고 그것을 많이 알려야 한다. 그러니 광고비가 엄청나게 들어가고 직원도 더 많아야 하며, 방문한 환자를 최대한 이 병원에서 시술 하도록 만드는 말발 좋은 실장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구인 공고에서 보듯 모 네트워크 실장의 세후 페이는 3억이 넘는다. 최저도 세후 400-500이라고 명시해두었다. 의사 보다 많은 경우도 종종 있다. 이거 그냥 의사보다 네트워크 실장으로 취업하는게 더 맞는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을 정도다. 여기에서 의사가 무천도사 라는 단어가 나오지만 네트워크 병원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박리다매로 매출 규모를 엄청나게 키워서 의사 인건비가 올라가도 비율 상 큰 부분을 차지 하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익률은 떨어지지만 최종적으로 얻는 순이익은 커지는 방식이었다.

13.제모 노예

극히 최근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GP가 적당한 로딩의 봉직으로 과를 불문하고 전문의 페이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돈만 보자면 근무시간이나 환경이 열악한 응급실 당직 정도? 하지만 편하게 오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미용 시장 초기에 GP는 리스크가 낮아서 빠르게 배워서 할 수 있는 제모같은 것 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때는 하루 종일 제모만 시킨다고 해서 제모 노예라는 말이 생겨났다. 

14.제모 노예에서 무천도사로

네트워크는 박리다매 특성상 의사를 풀로딩으로 돌리기 때문에 의사가 빠지면 수익 구조에 큰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비슷한 방식의 박리다매 네트워크가 많이 생기면서 안정적인 의사의 공급이 필요하니 페이를 올릴 수 밖에 없고, 근무 환경은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다른 곳에 뺐기면 우리가 망하는 문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대증원 문제를 보자면 의사 공급이 제일 많이 필요한 곳은 네트워크 병원이 아닐까 싶다. 얼마를 증원하든 그 수요를 가져가고 싶을 것이다. 일부는 생존을 위해서, 일부는 수익 유지를 위해서 어쨌든 많은 수의 의사 공급을 유지해야 병원 자체가 유지가 되니 페이를 더 올리는 출혈 경쟁을 할 것이다. 

거기에다 네트워크 병원은 타인 명의의 사무장 병원도 꽤 있다. 불법이지만 현재도 누가 소유주인지 공공연히 다 알고 이야기 한다. 주로 영업사원들이나 직원들 입을 통해 전해진다. 1인 1개소 법 위반도, 소유주와 사업자 등록한 의사가 다른 것도 막을 방법이 없고, 막을 의지도 없어보인다. 누군가의 사무장 병원 운영설이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 이유다. 1인 1개소가 지켜지지 않거나 자본이 많은 사람이 의사를 고용해서 병원을 돌리니 이런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1인 의원에는 환자수 자체가 적으니 쉬운 술기만 하는 사람에게 그런 페이를 지불할 수가 없고, 모든 술기를 다 가르쳐 주면 개원하러 나가 버리니 다시 교육을 반복해야 했기에 실속은 없었다. 차라리 부원장이 없이 혼자 하는게 나은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거기에 직원들 인건비도 급증해서 1인 의원 운영은 더 어려워지고, 못버티고 폐업을 하는 경우도 꽤 발생했다.

15.무천도사의 미래

하지만 무천도사는 네트워크 병원의 부속품으로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만 전담하기에 가능한 일이고 스스로 개원을 한다면 혼자서 그 정도의 환자를 모으기는 힘들다. 이미 네트워크가 박리다매 시스템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어지간히 경쟁력이 없고서는 그 가격보다 많이 받을 수가 없다. 그런데 자신의 실력이라는 건 결국 네트워크에서 하는 것과 완전히 같지 않은가.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라서 그런 병원에서 돈을 많이 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네트워크 병원이나 저가 덤핑 병원에서 일하다 나와서 개원을 하면 생각보다 운영이 어려운 것이다. 혼자서 개업했다가 폐업한 사람도 있고, 폐업 후 다시 네트워크 지점원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적자지만 지금 문 닫으면 대출을 상환할 수가 없으니 이자만 내고 버티는 사람도 있다. 

네트워크에서 나오면 결국 다시 페이로 가거나 네트워크에 매출의 15%를(병원마다 다르다고 함) 상납금으로 내고 지점 원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혼자하다 망하는 것 보다는 낫다 정도의 생각을 하는 것이다. 미용은 이미 부가세가 10% 있어, 수익의 15%가 아닌 매출의 15%를 본사에 넣고 나면 자기가 가지는 수익은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서 그걸 메꿀 방법은 다시 높은 급여를 주고 무천도사를 고용해서 덩치를 키우고 박리다매를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의사는 더 필요해지고 경쟁은 심화된다. 제 살 깍아먹기가 시작 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시기하는 무천 도사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16.미용 시장의 현실

 솔직히 말해서 미용 시술로 빠졌다고 의료계의 낙오자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못 버틴거니까. 그 분야에서 낙오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 현실을 보았을 때 그건 단지 순서의 문제였을 뿐이다. 의자에 편안히 앉아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가 철봉에 메달려 있었다. 거기에서 힘든 순서대로 떨어져 나왔을 뿐이다. 

 조금씩 조금씩 떨어져 나와서 달리 갈곳이 없어 갔는데 그게 이제야 주목을 받을 뿐이고. 미용이 현재 주목을 받는 이유는 생각보다 이 시장이 빨리 많이 커져버려서 그렇다. 네트워크가 생긴 것도 시장이 급격히 성장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왔던 사람들이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았을 뿐이다.  GS도 치질 보험 적용 되던 초기에 나온 사람은 치질 수술만으로 대박이 터졌듯이. 운 좋게 이 타이밍에 나와서 쉽게 돈을 많이 번 일부가 본질을 흐트리고 있을 뿐. 

네트워크가 아닌 대부분 미용 병원은 1인으로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주 6일에 야간 근무까지 혼자서 한다. 이건 답이 아니다 싶지만 네트워크 병원으로 인해 높아진 봉직의의 몸 값을 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는데다가 시술 수가도 떨어져서 가격을 많이 받기 힘들다. 처음부터 3-4인 체제로 크게 시작한 병원이거나. 피부과 전문의 들은 병원을 키워나가지만 대부분의 GP라고 불리는 타과 전문의 1인 원장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17.미용 개방

여기까지 보았다면  미용을 일반에게 개방하면 의사가 수익이 떨어지니 필수과를 하러 간다는 발상은 답이 아님을 인지 하셨을까.  애초에 발상 자체가 너무 단순하다. 

이미 그들에게 필수과는 답이 아니다. 아마 의사 면허를 취소한다고 해도 그리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그 과에서 일하다가 짤리거나, 못버텨서 혹은 그 과로 개원 했다가 폐업해서 미용을 선택했는데 어째서 미용이 망하면 그 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을 하는지... 탈북자는 국경에서 총살을 한다고 해도 탈북을 시도한다. 

개방하는 방식도 보톡스, 필러를 예로 들었는데

보톡스를 일반인에게 푼다고 하지만 그건 내원을 위한 광고 상품일 뿐 이미 죽은 시술이다.

보톡스로 수익을 낼꺼라고 생각하는 병원은 없다. 

필러는 사실상 미용 시술 중 리스크가 큰 시술이라 의사들도 위험성 때문에 점점 하지 않는 추세고, 환자들도 선호하지 않는 추세다. 필러 회사 판매 실적을 조사해 보라고 해라. 감소 추세다. 

1인 원장도 운영이 힘든데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들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의 수가는 이미 바닥이라 그 사람들이 치고 들어올 이유가 없다. 그리고 리스크는 생각보다 높다. 어차피 모두에게 풀려서 경쟁이 되면 그 가격은 더 떨어질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개방된 부분을 맡게 된 인력은 미용 시술 병원에 취업을 해야 할 것이고, 이전보다 저렴한 인력으로 더 많은 공장을 세우게 될 뿐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자기 힘 안들이고 시술 부작용 책임도 없는 (시술자가 지는게 맞으니까) 제모공장 점공장 보톡스 공장 병원을 세우러 갈까. 필수과로 돌아갈까.

그러면 피부과 성형외과 보드만 개원할 수 있도록 제한을 한다면? 거대한 피부 시장을 피부과 전문의가 독점할 수 있다면 의사 간의 격차는 수백배 수천배로 커질 것이고 그 정도 파이를 가질 수 있다면 9수를 해서라서 피부과를 노리게 될 것이다.

18.개방 범위

그렇다면 미용관련 시술 전부를 일반인에게 개방할 것인가?

이것은 예방 접종을 어차피 문진표는 자가 작성하고 간호사가 주사 놓는거고 사고가 거의 안나니까 간호사 고용해서 슈퍼에서 해도 된다고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최근 예방접종 후 자살한 케이스 배상금이 어마어마했다.)

라식도 기계 세팅만 잘해두면 실제 시술은 기계가 하니까 아무나 기계를 사서 하면 된다고 하는 것과 같다.

그 시술과 관련해서 최소한 원리와 부작용을 이해하고 있어서 사고를 최소화하고, 작은 문제가 큰 문제가 되기 전에 멈출 수 있고, 케어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 지식을 갖출 바탕이 있는 사람이 현실에서는 의사라는 직종이다.

미용 시장 개방이라는 정부 정책에도 피부과 의사들이 딱히 들고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개방해봐야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한계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혹은 부작용으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될 수도 있다. 정말 정부는 그것을 원하는 걸까..?

19.미용시장으로의 차단

솔직히 20년 전에 피부 미용이 이렇게 커지고 자기 전공 과목을 하다 망했을 때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미용이라는 분야 자체를 없애도. 의사들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계속 해서 개척해 낼 것이다. 막고 또 막으면 또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통증으로 가겠지만 다른 분야가 될 수도 있다.

손으로 강물을 막을 방법은 없다.

미용이 미용이라서 간 게 아니라 살 길이 막히니까 새로운 길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탈북자는 탈북이 목표다. 가깝고 같은 말을 쓰는 한국이면 제일 좋겠지만 중국이나 미국이 라도 북한만 아니면 되었을 것이다. 탈북자는 강제 송환하겠다고 해봐야 북한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의사는 왜 강제송환 하려고 할까.

현재 정부의 발표는 탈북해서 한국에 오면 너희 가족들을 북한보다 더 비참하게 만들어 버리겠다. 그러니 그냥 북한으로 돌아가라 하는 식인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단톡방 같은 곳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하면 합의금을 많이 받아내려면 비싼 한방 병원에 드러누워야 한다는 말이 즉각적으로 나온다. 이제는 국민 상식이다. 한방도 수십년 전에는 보약을 팔았으나 더 이상 보약이 팔리지 않으니 교통사고를 하지 않는가. 교통사고라는게 없던 시절에 생긴 의학임에도 말이다. 다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흘러가는 것이다.

20.전공과 이탈을 막으려면

필수의료의 유지. 라고 썼다가 제목을 바꿨다. 마치 급여, 비급여 나누고, 치료 기준을 임의로 정한 심평의학 처럼 잘못된 프레임을 만드는 것 같아서다. 어디까지가 필수의료인가? 거기에 속하지 못하는 의사는 제대로 된 의사가 아닌건가? 우리 몸 중에 필요 없는 부분이 있는가? 연관되어 있지 않는 부분이 있는가? 피부암은 발견 못하고 죽어도 되는건가. 관리실에서 어머니 이건 보웬병 같으니 조직검사 해보시는게 좋겠어요. 말하길 기대라도 하는 건가.

중요한 건. 어딘가로 가는 걸 막는게 아니라 여기가 살기 좋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많이 왔다. 다문화 가정이 늘었다. 베트남 정부에서 그걸 막을 방법이 있나.

베트남이 한국이랑 전쟁이라도 해서 한국을 초토화 시키는게 방법인가.

지금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미용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럼 나도 이거 그만두고 그리로 가야겠다. 하고 나서는 것은 아니다.

의사의 명예가 많이 무너졌지만 사람은 최소한 내가 인간답게 살고 있다거나 일 한 것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 머문다.

대표적으로 페이가 작아도 삶이 편안한 정신과는 미용 시장으로의 이탈률이 아주 적다. 정신과 의사들의 몸과 마음이 힘들어 지면 어떻게 환자의 정신을 마주하고 치료하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평온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런데 정신과는 예전에는 인기가 없는 과였다. 정신과의 인기가 오르게 된 것은 1인당 병상수 제한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 한 명이 볼 수 있는 병상수를 제한하니 의사 수요가 많아지고 병원을 유지해야 하니 페이가 올라갔다. 자 그럼 페이가 올라갔으니 끌어내려야 할까? 정신과 의사는 편하고 흉부외과 의사는 모자라니, 정신과 의사를 힘들게 해서 흉부외과 의사로 만들 수 있을까?

21.삶의 질

그래서 결국 첫번째는 근무조건. 두번째는 페이다.

주5일 근무, 하루에 적정한 환자 수, 충분한 휴가. 이런 것들이 근로기준법 수준으로만 이루어지고, 지금까지 본인이 노력한 수준에 맞는 페이가 있다면 머무른다.

나는 외국 의사나 변호사등 전문직 친구들이 많고, 호주, 독일, 스위스, 영국 등의 의사와 이야기 해본 적이 있는데, 한국 의사의 근무 환경과 급여를 이야기 하면 "너 대체 왜 거기서 의사를 하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삶의 질이 거지 같으니까. 그들의 입장에서는 왜 그렇게 살지? 하는 의문이 1번이다.

의사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이 받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하는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데 임금 비교는 항상 일반 노동자의 평균이 기준이다.

22.페이

그래서 의사의 적정한 페이는 누가 정하는가?

의사의 적정한 페이의 기준이 미용GP인가? 정말 페이가 조금 더 받고 싶어서 4년을 죽을 동 살동 참아가며 버틴 전공을 버린다고 생각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자신의 전공을 이탈하는 전문의는 미용"으로" 빠지는게 아니고, 일단 빠진 후에 진로를 결정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그 과를 하고 싶으니까 들어간 사람들이다. 그리고 5년이나 그 길고 힘든 수련을 포기하지 않고 버텼으면 그 과의 진료를 보며 남은 생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실력이든 마인드든.

하지만 동시에 투자된 노력과 근무강도만큼 보상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왜 의사만 사람이 아니고 국민이 아니어야 하는가. 의사도 사람이고 국민이다. 평균보다 악하지도 않고, 평균보다 욕심이 많지도 않다.

수능을 악한 사람, 돈에 미친 사람을 골라내는 기준으로 출제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혹은 의대 교육 과정에 "우리가 돈에 미쳐야 하는 이유" 같은 과목이라도 들어 있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정신과는 미용 GP보다 페이가 낮아도 미용으로 이탈이 거의 없다.

이 정도면 충분하니 굳이 더 많이 일하고, 스트레스 받아가며, 자신의 전공이 아닌 것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삶의 질과 이탈하지 않을 정도의 페이가 얼마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미용이나 통증과 비교부터 시작하는게 아니라. 일반 노동자의 몇 배라는 이야기는 너무 선동을 위한 선동일 뿐이다. 복지부 장관이나 차관은 일반 노동자의 몇 배를 받는가? 그리고 그것은 왜 정당한가.

예를 들어 미용 네트워크 대표원장이 복지부차관에게 지금보다 연봉 1억 더 줄테니 자기네 병원에 와서 피부관리사 일을 하라고 하면 할 것이냐 이 말이다. 그렇게 안 한다면 안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나는 도덕적인 사람이라 그렇게 안하지만 너네 의사는 돈에 미쳐 있으니 돈만 보고 갈 거 아니냐라고 할건가.

제발 의사에게 돈에 미쳐있다는 프레임 좀 씌우지 마라. 노동강도나 일의 난이도나 투자한 노력 같은 수많은 요소들 다 무시하고 받는 돈으로 까려면 한국에서 제일 수입 많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까던가.. 의사 차례는 어지간해서 올 것 같지도 않으니까.

툭하면 OECD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만 OECD 의사들의 근무시간이나 노동강도를 함께 이야기 하지 않는 이상 그걸 숨기는 놈이 제일 나쁜 놈이다.

23.수미상관법

원인과 결과를 혼돈하지 말자.

미용은 자기 전공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니다.

자기 전공과를 했을 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디론가 떠날 것이다.

떠난 후에 어딘가로는 가겠지.

그게 여전히 의료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더 망가지면 의료가 아닌 분야일 수도 있다.

그게 여전히 한국일 수도 있지만 한국이 아닐 수도 있다.

댓글 5

SK쉴더스 · 내******

흥미로운 글 잘보고 갑니다

새회사 · 의****

오죽하면 이렇게 적으셨을까 싶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블라인드 지수 우수 기업 Google Korea · v*****

개인적으로는 무슨 과 전문의인지 gp인지 환자 입장에서 알기 힘든 게 불편하네요. 그래서인지 요즘 피부과 전문의는 마크 다 달고 장사하던데요. 솔직히 gp가 수련 없이 개원할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고.. 외국은 gp 많다고 하는데 외국 gp는 웬만하면 2년 수련이고 단독 개원 불가라서 다름

대법원 · 인*****

너무 길어서 논지를 다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의사도 예전의 의사가 아닐수밖에 없는거아냐? 변호사처럼 말야. 의대증원은 그걸 가속화 시킬거고, 공급이 많아지면 글에서 쓴것처럼 새로운 활로를 찾거나 남들이 기피하던 자리라도 서로 가서 일하게 되겠지. 이젠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메리트가 점점 줄어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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